'일상과의 화해'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18.07.26 -
  2. 2018.04.19 요즘
  3. 2017.10.17 안녕
  4. 2017.05.30 그간의 일들 뒤로하며
  5. 2016.02.29 관례
  6. 2015.03.12 한 달여만의 출석
  7. 2015.02.17 행복한 책읽기 - 김현
  8. 2015.02.14 15-02-14
  9. 2015.02.04 슬픔을 공부해요
  10. 2015.02.01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일상과의 화해 2018. 7. 26. 22:12

1. 노회찬 씨가 죽었다. 엊그제 받아든 소식이었지만 마음이 아파서 지금에서야 추스려 글을 남긴다. 원래 추악한 사람들은 기어코 살아남는 법이고, 그런 사람들은 거짓된 삶으로 자기 자신까지 속여 스스로 뻔뻔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비단 정치인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의문이 드는 건 그런 뻔뻔함과 스스로에 대한 무한한 관대함은 길러지는 것인가 본성인가 하는 부분이다. 결국 그러한 덕목들은 남에게 상처를 남기거나 피해를 남기는 식으로 다다르는데, 여기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아픔과 상처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결국 뻔뻔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공감 능력이 개발될 수 있는 건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봐야 하는데, 회의적이지만 애초당시에 엄밀한 의미의 감정의 공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고통이 너에게 온전히 전해질까? 그저 우리는 가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2. 현재 연습하고 있는 체로키가 너무 어렵고 버거워서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다. 2주는 쉰 듯하다. 2년 동안은 꾸준히 해야 연주 양식의 기둥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 어쩔 수 없다. 그저 하는 수밖에.


3. 방과후 수업을 2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직 생활 중 제일 만족스럽다. 올해 맡은 학생들에게 애정이 많이 가서 그런듯 하다. 고전문학, 저자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전문학은 기출문제 분석과 원문 해석 위주로, 저자인터뷰는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먼저 조사한 후 내가 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하고 그 중에 한권을 골라 읽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생각나는 도서는 '경찰의 민낯, 공부 중독, 아깝다 영어 사교육, 마케팅은 처음이지, 머리 속에 브랜드를 넣었나, 개같은 날은 없다'이다. 특히 이 중에 경찰의 민낯이라는 책이 인상 깊다.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0) 2018.04.19
안녕  (0) 2017.10.17
그간의 일들 뒤로하며  (0) 2017.05.30
관례  (0) 2016.02.29
한 달여만의 출석  (0) 2015.03.12
Posted by Moodyz
,

요즘

일상과의 화해 2018. 4. 19. 19:32

1. 코드톤 연습을 하는데 너무 힘들다. 어제는 연습하려 하다가 현기증을 느껴 8시에 자버렸다.

2. 뭘하든 안 되는 때가 있다고 하는데, 요즘이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남들에게 하는 말들이 뭔가 거짓으로 느껴진다. '언젠간 잘 될거야, 지금 시간이 흘러가면 말야'류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다만, 이젠 별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람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려 말하는 거라.

3. 주변 사람들을 정리했다. 말이 좀 웃기다. 내가 정리할 권한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과 그 사람들이 정리당할 자격이 있는 것과 그런 행위가 그 사람들에게 무슨 영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남긴 한다. 그래도 어떤 사람은 생각의 공간을 점유하는 것만으로 불유쾌한 경험을 야기하는 역할을 한다.

4. 지금와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음악을 좋아한다면서 집에 음반 한장 없는 사람과는 상종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낀다. 예를 들어 백석을 좋아한다면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같은 시를 모른다는 사람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 주고 피곤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냥 그만한 수준의 사람들은 애초 당시에 걸러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거짓말을 쉴 새 없이 하는 사람이거나,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에 급급한 사람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아예 다른 비유이지만, 카라얀을 좋다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레너드 번스타인을 좋다고 하는 사람이 더 미더운 법이다.

5. 시간이 날 때 클템티비를 본다. 클템 자체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그가 하는 표현 중에 '쓰레기 같다'는 표현이 좋다. 가끔씩 이런 말을 되새기다 보면 마음이 편할 때가 종종 있다. 내 행동이나, 타인의 행동을 조롱할 때 그저 '쓰레기 같았다' 표현 하나면 족하기 때문이다. 정신 승리가 정신 건강에 좋다곤 하지만, 확실하게 할 건 하고 넘어가야 한다. 내가 혹은 네가 쓰레기 같았는지.

6. 5월달 안에 컴핑과 코트톤을 다 끝내면 좋겠다. 밴드 2개는 정리하고 싶다. 이번에 제대로 멤버 못구하면 손털고 정리하려 한다.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8.07.26
안녕  (0) 2017.10.17
그간의 일들 뒤로하며  (0) 2017.05.30
관례  (0) 2016.02.29
한 달여만의 출석  (0) 2015.03.12
Posted by Moodyz
,

안녕

일상과의 화해 2017. 10. 17. 01:44

수없이 많은 말들도

수없이 많은 글로도

결국 우리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었구나


함께 들어왔던 방 안에 혼자 남아

밖으로 나갈 길을 더듬거려 본다.


어쩌면 우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같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한 걸까


처참한 말들로 그게 진심이었다고

수치를 강요했구나


이틀만에 나를 속여 지금을 위안받네

그래야 숨 쉴 수 있을 것만 같았어


우린 전부 상처받기 싫어했고

먼저 감싸 안기길 바랐어

그뿐이야


마음 속 수많은 공장들은 조금이나마

시간이 흐르고 닫힌 마음이 마음이 아니게 될 때까지

기다리면 사라지겠지?


헤아림이 많은 밤도 이제서야 안녕이구나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8.07.26
요즘  (0) 2018.04.19
그간의 일들 뒤로하며  (0) 2017.05.30
관례  (0) 2016.02.29
한 달여만의 출석  (0) 2015.03.12
Posted by Moodyz
,

 너무나도 많은, 설명하기조차 많은 일들 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동시에 여러가지를 겪으면 스스로 무뎌지는 구석이 있기도 한가보다. 안녕, 그리웠던 시절들아. 내 것이 아닐 모든 욕망들아. 멀리 스러져가는 욕망의 뒷모습들을 보며, 무거운 짐에 눌려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아직 적응이 되질 않는다.


 결국 돌아와, 행복이 무얼까 생각해본다. 안정된 직장 속에서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것만으로 행복이 다가올 수 믿었지만, 이젠 미덥지 않다. 모든 생각들이 뒤틀려 버린 듯 철저한 부정 속에서 하루하루는 견뎌내고 있다. 삶의 큰 힘을 주었던 음악도, 학교에서의 가르침도 이젠 버려진 나의 모습 속에서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체육관을 다니고,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고 사람을 사랑하고 싶고 사람을 껴안고 싶고, 사람 앞에서 울고 웃고 싶다.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며 떠나가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 모습을 보며, 사람이 싫어져도 그래도 지금은 사람 앞에서 모든 걸 털어내고 싶다. 가끔씩 하늘을, 신이 있다면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저 삶에 충실해왔는데 어찌해서 이런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시냐고. 그렇지만 이 슬픔의 파도도 언젠간 그칠 줄 알지만 그래도 원망은 문득 속삭이길 멈추질 않는다.


 '정말 사랑했던 미경이'라고 적어놓은 일기가 왜 그리 슬플까. 사랑이 그리도 쉽게 변하고, 믿을 수 없어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였나. 나의 그릇에 맞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 형벌일까. 수많은 번민 속에서 자기합리화와 위안을 쉽게 만들어 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스럽다.


 '안 되면 할 수 없고'라는 말이 깊숙히 아로새겨졌으면.


'연애를 하기 전에는 모든 사람이 자기가 훌륭한 사람인 줄 알거든. 자기 실체와 마주하는데 연애만 한 게 없거든'


'난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남자가 다 됐어. 그 전엔 나도 부분적으로 찌질했어.'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보는 게 어른이다.'


 김어준이 쓴 '닥치고 정치'의 일부에서 나름의 위안을 얻었다.


-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조금씩 읽어내려가고 있다.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0) 2018.04.19
안녕  (0) 2017.10.17
관례  (0) 2016.02.29
한 달여만의 출석  (0) 2015.03.12
행복한 책읽기 - 김현  (0) 2015.02.17
Posted by Moodyz
,

관례

일상과의 화해 2016. 2. 29. 14:58

 어제 욱태와 공연을 보러 갔다. 옆집 사람과 몇 번 왕래가 있고 난 후, 그 사람이 첼로 연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곤 (돌이켜 보면 버릇 없이 들릴) '초대권 있으면 주세요.'라고 내뱉어 버렸는데, 그게 결국 어제의 공연 관림길에 오르게 된 경유이다. 

 음악에 대해 자세히 논할 지평이 되지 못하는 고로, 짧은 평 남기자면 훌륭한 연주는 언제든 감동을 남긴다는 점.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한 박자와 화음 안에 어우러지는 것이 큰 울림을 준다는 점도.

 쨌든 지휘자라는 사람은 자신의 지휘가 다 끝나고 나서 몇 안되는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곤 무대 뒤로 들어간다. 그리고 박수는 끝나지 않고 못 이기는 척 다시 지휘자가 나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추켜세운다. 그래도 박수는 이어진다. 지휘자는 다시 들어가다, 다시 나온다.

 욱태에게 이것이 공연 매너이자 관례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쓸데 없는 겉치레라 생각하고 넘겼을 텐데, 청중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차라리 이런 관례가 없으면 더 허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관객이 많은 연주회에는 (높은 확률로) 훌륭한 연주자와 지휘자가 있는 오케스트라일 테고, 그때의 관례는 '멋진 음악을 들려줘 그냥 보내기 아쉽소' 정도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어제처럼 관객이 별로 없던 연주회에서의 관례란 '당신들의 음악을 알아주고 응원하오'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해봤다. 알면서 서로 짜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그런 모습이 애틋해 보이는 순간이다.

 오늘 오디오 수리를 위해 남산 쪽에 들렸다. 오디오를 맡기고 돌아오던 길에 눈발이 휘날리고 따끔한 바람이 귓가에 날렸다. 그 길로 부모님께 돈을 부치고자 외대역을 내리고 길을 걸을 때, 그 관례 같은 것이 다시금 생각이 났다. 날이 풀리기 전, 즉 봄이 오기 전엔 언제나 그렇듯 한 번 더 매서운 추위가 온다는 사실이. 그것이 계절의, 하늘의 순행에 대한 관례가 아닐까 했다. 그리고 계절의 관례 속에 이때 즈음에 느끼는 마음도 언제나 그렇듯 착잡하고 복잡한 성질이다. 대학생 때에는 새학기라는 부담감이,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새학기를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할 일이 눈 앞에 오기 때문이다.

 그러고 잠시 춥다고 느꼈다.

 형로형과 11년 전에 외대 거리를 걷던 중 춥다고 한마디를 내뱉자, '인생 원래 추워'라고 3어절로 대답해주었다. 그렇게 인생이 춥다던 그 친구는 더 바랄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얘기를 주워 들은 사람은 아직도 생은 춥다고 느끼고 있다. 미운 사람들, 미운 나들, 형편없는 주위들. 이런 것들만이 내 마음을 끈적하게 부둥켜 안고 놓아주질 않는다. 그게 마치, 그 마음들이 나를 만들어 내는 어떤 관례들인양. 이제 그렇게 생각에 이르기 시작했다.

 밥을 먹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향해 고개를 돌려 감상에 빠지는 사람들을 욕하던 난 결국 외대에서 과거 옛모습만 찾고 있었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욕하고 싶지 않다. 감상이 아니라, 연민이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연민할 수 있는 사람은 과거의 나란 사람뿐이다. 

 지금은 허물어진 고시원 속에서 시체처럼 놓여 잠에 들던 나, 바퀴벌레가 수시로 튀어 나오고 옆방에서 정사하던 소리가 그대로 들리던 방 속의 나, 생활비 없어서 기타를 팔던 나, 드라이 아이스 공장에서 멸시 받던 나, 김ㄱㅇ, 김ㅈㅇ, 김ㅈㅁ에게 내 마음을 드러냈다 가차 없이 거절 받던 나, 배ㅂㄱ에게 여자 좀 소개시켜 달라하자 '형은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를 듣고 기분 좆같았던 나, 티스토리 블로그로 날 멸시하던 이ㅇㅈ, '것'의 쓰임새를 저지 당하기 위해 이ㅇㅈ에게 사용당한 나, 하숙집에서 옆방 서ㅈㅎ의 소음 때문에 견디다 못해 싸우고 결국 먼저 미안하다고 집을 나온 나, 공사장 근처의 소음에 어떻게 대응해보지도 못하고 집 밖을 나와 정처 없이 떠돌던 나.

 그 수많은 나들이 결국 나의 관례를 만들어 냈겠지, 그리고 언제나 이렇게 추운 날이 되면 나를 연민하는 일이 하나의 관례가 될 테지.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0) 2017.10.17
그간의 일들 뒤로하며  (0) 2017.05.30
한 달여만의 출석  (0) 2015.03.12
행복한 책읽기 - 김현  (0) 2015.02.17
15-02-14  (0) 2015.02.14
Posted by Moodyz
,

그사이 세상이 흘러갔구나. 근래 하고 있는 소일들을 적어본다.

1. 기타연습 : All the things you are, Drop2-3 Voicing, Funk Rhythm

2. 책읽기 :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박지원), 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3. 음악듣기 : SRV, Russell malone, John Pizzarelli, Maceo Parker

4. 요리하기 : 굴국, 홍합탕, 소고기뭇국, 제육볶음(청양고추가 생각보다 많이 맵다. 청양고추 1큰술 적게 넣고 매실액을 넣으면 더 맛있을 듯), 된장국

5. 노동 : 3학년 1, 2, 3, 4, 5, 6반 문법 수업(수능특강).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그저 한다. 여자반에 들어가서 수업하는 게 적응이 안되고 싫다. 그러면 안되는데.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간의 일들 뒤로하며  (0) 2017.05.30
관례  (0) 2016.02.29
행복한 책읽기 - 김현  (0) 2015.02.17
15-02-14  (0) 2015.02.14
슬픔을 공부해요  (0) 2015.02.04
Posted by Moodyz
,

ㅇㅈ가 3년 전에 추천해준 책인데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좋은 책을 추천해줘서 고마운 마음은 둘째치고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몇 구절들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가장 서글픈 사실 중의 하나는 사람이 하루에 여덟 시간씩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여덟 시간씩 계속 밥을 먹을 수도 없으며, 또 여덟 시간씩 술을 마실 수도 없으며, 섹스를 할 수도 없지요. 여덟 시간씩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토록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이지요."

박정희가 권력을 잡은 이후부터, 단 하나의 담론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었다: 우리는 잘살아야 하고, 잘살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가 붙는다. 물질적으로 잘산다는 것을, 그는 그냥 잘산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조금 부유해졌다고, 과연 잘사는 것일까? 그는 물질을 올리고, 정신'신앙'문화를 낮춘다. 정신적인 가치는 물질적 가치에 종속된다. 언제까지? 다 피폐해져서, 물질적 쾌락만 남을 때까지? 그는 상징적인 히로뽕 판매자였다!

나는 항상 옳다고 말하는 사람과 나는 항상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의 사람은 투사고 뒤의 사람은 종교인, 예술인이다. 나는 항상 옳다고 말하는 사람의 자부심 없이는 싸울 수 없고, 나는 항상 잘못한다고 사유하는 사람의 원죄성이 없이는 느낄 수 없다.

이태의 '남부군(두레)'을 읽고 난 뒤의 느낌:

1) 언제나 누군가가 기록을 하고 있다. 그 기록은 패한 사람의 기록일수록 희귀하고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긴 사람의 기록은 너무 많이 선전되고 홍보되기 때문에, 지식으로 들어오며, 지식이 된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재미는 호기심에서 연유한다.

2) 패한 자의 기록은 증오를 낳지 않는다. 그것은 패한 사람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낳는다. 패한 사람이 갖는 역사적 가치는 패한 사람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패한 사람도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증오심은 어느 정도 사라진다.

파시즘이란 가만있게 내버려두지 않는 강요이다. 무엇을 말해야 한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무엇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파시즘의 본질이다. 권위주의의 특성은, 자기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믿음'에서 연유하는 오만과 뻔뻔함에 있다. 나는 옳으니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뻔뻔함과 나는 옳으니까 내가 틀릴 리가 없다는 오만함은 동어반복에 기초하고 있다. 권위주의는 동어반복이다. 나는 권위 있으니까 권위 있다!

넌 누가 저들(꽃/잎)의 일생을 두고서 / 꽃과 잎 / 그 어느 쪽이 / 더 아름답다, 함부로 말할 수 있으랴


- 차후 89년도 일기까지 완독한 후에 더 추가해놓겠다.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례  (0) 2016.02.29
한 달여만의 출석  (0) 2015.03.12
15-02-14  (0) 2015.02.14
슬픔을 공부해요  (0) 2015.02.0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0) 2015.02.01
Posted by Moodyz
,

15-02-14

일상과의 화해 2015. 2. 14. 00:20

1. 책모임 중에 제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과연 공자가 죽은 이를 위한 예도를 그렇게 강조한 까닭이 무엇일까. ㅅㅇ 선생님이 '죽은 자에게 의식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산 사람에 모욕을 가하는 사회'라는 이야기가 많이 와닿았다. 과연 공자는 현실 참여적 성향을 내보인 사상가인데, 제사를 죽은 자에게만 천착하는 의식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생각이 났다. 이 사회는 어린 영혼들의 죽음에 대해 충분한 애도를, 슬픔을 내비칠 수 있었고 공유했었나. 오히려 애도를 능욕하고 조롱하고 그걸 묵인한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2. ㅈㅎ가 초등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건다. 충남 보령시 모 초교에서 근무를 시작한단다. 축하했다. 거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남는 집이 있다며 교장 선생님이 그곳에서 살라고 말했다며 좋아한다. 내 처지를 생각해본다. ㅈㅎ에게 난 그냥 집과 가정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는 모 시인의 결구는 얼마나 헛된 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복잡해진다. 그저 덧없는 욕심일까. 세상은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던 백석의 시구를 떠올려본다. 잠시 후 기분이 좋아진다.

3. 그저 요샌 기타를 연주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인데. 여유있게 하나하나씩 배워나가고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 집에 돌아와 2시간 정도 연습하다 유튜브에서 로벤포드의 영상을 찾아 감상한다. 언젠간 능숙하게 음을 구사하는 능력, 감정을 표현하는 또다른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희망에 설레어본다.

4. 발령 동기 한분이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다. 동기 음악 선생님과 결혼을 해 같은 학교에 머물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인데, 첫 발령지로 함께 발걸음을 향하던 그때 일이 아직 생생하다. 하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일만큼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일도 없다. 그저 앞으로 이들이 삶이 평온하길 바라며, 건강하길 바랄 뿐이다.

5. 러셀말론의 기타 연주를 듣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어딘가엔 분명 다른 세상이 있다고. 이곳과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날 뜨겁게 위로해준다. '지금, 여기'는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6. 서준식의 옥중서한이 다음 읽을 책이다. 설명절까지 이용해서 읽어야하겠다.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달여만의 출석  (0) 2015.03.12
행복한 책읽기 - 김현  (0) 2015.02.17
슬픔을 공부해요  (0) 2015.02.0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0) 2015.02.01
잘 가시게, 이십대여  (0) 2014.09.29
Posted by Moodyz
,

 다시 학교로 복귀한지 3일만에 우울을 느낀다. 학교에 있으면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좀 빨리 찾아왔을 뿐이다. 직업은 우리에게 외로움만을 보장해줄까. 교장이 싫다. 독단과 독선이 최후이자 최선의 미덕인 줄 아는 그런 사람의 말을 한 시간 넘게 듣는 건 분명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일이다. 교장은 최근 행정학 학사를 수료받았다. 학사모를 쓰고 찍은 사진을 졸업 앨범 첫 번째 장에 큼지막하게 새겨 넣었다.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차라리 슬픔을 배워보시지. 라며 교직원 회의라고 불리는 허위 속에서 벗어둔 옷처럼 구겨져 있었다.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읽기 - 김현  (0) 2015.02.17
15-02-14  (0) 2015.02.1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0) 2015.02.01
잘 가시게, 이십대여  (0) 2014.09.29
근래의 독서들  (0) 2014.01.22
Posted by Moodyz
,

 친구가 구보에게 '좋은 소설을 쓰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마지막이다. '별일' 없고 별 '볼일' 없는 구보가 행복을 찾으러 경성의 곳곳을 둘러보는 이야기치고 마무리가 뜬금 없었다고, 예전엔 생각했다.

1. 어제 어머니께서 올라오셨다. 수육과 삼계탕을 챙겨 놓으시고 능숙한 손속으로 하나 둘씩 음식을 풀어 놓으신다. 수육 속에 깃든, 삼계탕의 육수 속에 깃든 맛에서 어머니께서 음식을 다듬는 모습을 본다. 집에 적막하게 울려 퍼지던 도마 위의 칼질 소리가 요새 듣고 싶어했던 소리였다. 가만히 심상을 떠올려 본다.

2. 어머니께서 티비를 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근래 챙겨 보시는 모양인데, 육아 프로그램에는 별다른 애착이 없던 난 처음으로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엄만 특히 '민국'이를 좋아하신다. 민국이가 하는 행동들과 말을 보며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덩달아 웃는다. 맞다. 민국이라는 아이를 보니 참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온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며 모든 사물에 반응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저렇게 행복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3. 근래 정효구가 쓴 '한용운 시 전편 다시 읽기'란 책을 집중해서 읽고 있다. 한용운의 시는 쉽지만 역설적인 논리와 발상으로 인해 일면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시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한용운의 시를 감상할 때 '근대적' 의미와 이론의 틀로 그 시편들을 바라보면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님의 침묵'의 서문격에 해당하는 '군말'이라는 첨언을 읽을 적에 '님'이 누군가를 떠올리는 데에 급급하지 말고, '님'과 '나'의 관계와 '님'은 어떻게 하여 관계 맺을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하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긔운' 마음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다볼 때 '님'이 생겨나며 그 '님'과 '나'는 비로소 사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전에 '군말'을 읽었을 적에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이름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느냐.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라는 구절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왜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일까. 작가의 주장은 (혹은 한용운의 의도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알고 있는 게 실상은 '님과 나'의 사랑이 아닌 자신의 그림자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용운은 그런 '너희들'을 '(집을)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으로 바라보았고, 나 역시 그런 부류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한용운이란 사람은 행복했을까 하고 고민해보았다. 사랑의 대상에 한계가 없고 대상도 없고, 만물이 님인 그런 경지 속에서 살았을까.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친구가 구보에게 경성의 어둑한 길거리에서 말한다. '좋은 소설을 쓰시오'라고. 이제 친구의 마음결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듯도 하다. 



'일상과의 화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2-14  (0) 2015.02.14
슬픔을 공부해요  (0) 2015.02.04
잘 가시게, 이십대여  (0) 2014.09.29
근래의 독서들  (0) 2014.01.22
삶은  (0) 2014.01.09
Posted by Moody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