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많은, 설명하기조차 많은 일들 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동시에 여러가지를 겪으면 스스로 무뎌지는 구석이 있기도 한가보다. 안녕, 그리웠던 시절들아. 내 것이 아닐 모든 욕망들아. 멀리 스러져가는 욕망의 뒷모습들을 보며, 무거운 짐에 눌려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아직 적응이 되질 않는다.


 결국 돌아와, 행복이 무얼까 생각해본다. 안정된 직장 속에서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것만으로 행복이 다가올 수 믿었지만, 이젠 미덥지 않다. 모든 생각들이 뒤틀려 버린 듯 철저한 부정 속에서 하루하루는 견뎌내고 있다. 삶의 큰 힘을 주었던 음악도, 학교에서의 가르침도 이젠 버려진 나의 모습 속에서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체육관을 다니고,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고 사람을 사랑하고 싶고 사람을 껴안고 싶고, 사람 앞에서 울고 웃고 싶다.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며 떠나가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 모습을 보며, 사람이 싫어져도 그래도 지금은 사람 앞에서 모든 걸 털어내고 싶다. 가끔씩 하늘을, 신이 있다면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저 삶에 충실해왔는데 어찌해서 이런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시냐고. 그렇지만 이 슬픔의 파도도 언젠간 그칠 줄 알지만 그래도 원망은 문득 속삭이길 멈추질 않는다.


 '정말 사랑했던 미경이'라고 적어놓은 일기가 왜 그리 슬플까. 사랑이 그리도 쉽게 변하고, 믿을 수 없어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였나. 나의 그릇에 맞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 형벌일까. 수많은 번민 속에서 자기합리화와 위안을 쉽게 만들어 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스럽다.


 '안 되면 할 수 없고'라는 말이 깊숙히 아로새겨졌으면.


'연애를 하기 전에는 모든 사람이 자기가 훌륭한 사람인 줄 알거든. 자기 실체와 마주하는데 연애만 한 게 없거든'


'난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남자가 다 됐어. 그 전엔 나도 부분적으로 찌질했어.'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보는 게 어른이다.'


 김어준이 쓴 '닥치고 정치'의 일부에서 나름의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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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조금씩 읽어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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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d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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