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일상과의 화해 2014. 1. 9. 23:23
우리에게 예견치 못한 미래를 준비해놓았지만
나에겐 예견치 못한 과거도 준비해놓았구나.
가끔 옛시절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기억들을 더듬어 가면 생각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모습과 일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언제 그런 적이 있다는 듯 놀라며 듣곤 하다 과거는 이미 명멸한 별에서 흘러나오던 별빛처럼 선연히 빛이 난다. 그리고 함부로 쏘았던 화살이 시간 속에서 수없이 단련되다 결국 나에게 돌아왔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쓸쓸해지곤 한다. 삶의 맛을 알아간다 생각하던 게 결국 몇 겁의 시간이 아닌 몇 겹의 시간만을 살아낸 결과에 불과해서 그럴까. 과거는 분명한 숙연을, 철길처럼 빛나는 치욕을 선사하는 데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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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d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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