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14

일상과의 화해 2015. 2. 14. 00:20

1. 책모임 중에 제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과연 공자가 죽은 이를 위한 예도를 그렇게 강조한 까닭이 무엇일까. ㅅㅇ 선생님이 '죽은 자에게 의식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산 사람에 모욕을 가하는 사회'라는 이야기가 많이 와닿았다. 과연 공자는 현실 참여적 성향을 내보인 사상가인데, 제사를 죽은 자에게만 천착하는 의식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생각이 났다. 이 사회는 어린 영혼들의 죽음에 대해 충분한 애도를, 슬픔을 내비칠 수 있었고 공유했었나. 오히려 애도를 능욕하고 조롱하고 그걸 묵인한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2. ㅈㅎ가 초등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건다. 충남 보령시 모 초교에서 근무를 시작한단다. 축하했다. 거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남는 집이 있다며 교장 선생님이 그곳에서 살라고 말했다며 좋아한다. 내 처지를 생각해본다. ㅈㅎ에게 난 그냥 집과 가정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는 모 시인의 결구는 얼마나 헛된 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복잡해진다. 그저 덧없는 욕심일까. 세상은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던 백석의 시구를 떠올려본다. 잠시 후 기분이 좋아진다.

3. 그저 요샌 기타를 연주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인데. 여유있게 하나하나씩 배워나가고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 집에 돌아와 2시간 정도 연습하다 유튜브에서 로벤포드의 영상을 찾아 감상한다. 언젠간 능숙하게 음을 구사하는 능력, 감정을 표현하는 또다른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희망에 설레어본다.

4. 발령 동기 한분이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다. 동기 음악 선생님과 결혼을 해 같은 학교에 머물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인데, 첫 발령지로 함께 발걸음을 향하던 그때 일이 아직 생생하다. 하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일만큼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일도 없다. 그저 앞으로 이들이 삶이 평온하길 바라며, 건강하길 바랄 뿐이다.

5. 러셀말론의 기타 연주를 듣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어딘가엔 분명 다른 세상이 있다고. 이곳과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날 뜨겁게 위로해준다. '지금, 여기'는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6. 서준식의 옥중서한이 다음 읽을 책이다. 설명절까지 이용해서 읽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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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d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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