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이 세상이 흘러갔구나. 근래 하고 있는 소일들을 적어본다.

1. 기타연습 : All the things you are, Drop2-3 Voicing, Funk Rhythm

2. 책읽기 :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박지원), 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3. 음악듣기 : SRV, Russell malone, John Pizzarelli, Maceo Parker

4. 요리하기 : 굴국, 홍합탕, 소고기뭇국, 제육볶음(청양고추가 생각보다 많이 맵다. 청양고추 1큰술 적게 넣고 매실액을 넣으면 더 맛있을 듯), 된장국

5. 노동 : 3학년 1, 2, 3, 4, 5, 6반 문법 수업(수능특강).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그저 한다. 여자반에 들어가서 수업하는 게 적응이 안되고 싫다. 그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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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od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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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가 3년 전에 추천해준 책인데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좋은 책을 추천해줘서 고마운 마음은 둘째치고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몇 구절들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가장 서글픈 사실 중의 하나는 사람이 하루에 여덟 시간씩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여덟 시간씩 계속 밥을 먹을 수도 없으며, 또 여덟 시간씩 술을 마실 수도 없으며, 섹스를 할 수도 없지요. 여덟 시간씩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토록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이지요."

박정희가 권력을 잡은 이후부터, 단 하나의 담론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었다: 우리는 잘살아야 하고, 잘살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가 붙는다. 물질적으로 잘산다는 것을, 그는 그냥 잘산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조금 부유해졌다고, 과연 잘사는 것일까? 그는 물질을 올리고, 정신'신앙'문화를 낮춘다. 정신적인 가치는 물질적 가치에 종속된다. 언제까지? 다 피폐해져서, 물질적 쾌락만 남을 때까지? 그는 상징적인 히로뽕 판매자였다!

나는 항상 옳다고 말하는 사람과 나는 항상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의 사람은 투사고 뒤의 사람은 종교인, 예술인이다. 나는 항상 옳다고 말하는 사람의 자부심 없이는 싸울 수 없고, 나는 항상 잘못한다고 사유하는 사람의 원죄성이 없이는 느낄 수 없다.

이태의 '남부군(두레)'을 읽고 난 뒤의 느낌:

1) 언제나 누군가가 기록을 하고 있다. 그 기록은 패한 사람의 기록일수록 희귀하고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긴 사람의 기록은 너무 많이 선전되고 홍보되기 때문에, 지식으로 들어오며, 지식이 된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재미는 호기심에서 연유한다.

2) 패한 자의 기록은 증오를 낳지 않는다. 그것은 패한 사람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낳는다. 패한 사람이 갖는 역사적 가치는 패한 사람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패한 사람도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증오심은 어느 정도 사라진다.

파시즘이란 가만있게 내버려두지 않는 강요이다. 무엇을 말해야 한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무엇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파시즘의 본질이다. 권위주의의 특성은, 자기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믿음'에서 연유하는 오만과 뻔뻔함에 있다. 나는 옳으니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뻔뻔함과 나는 옳으니까 내가 틀릴 리가 없다는 오만함은 동어반복에 기초하고 있다. 권위주의는 동어반복이다. 나는 권위 있으니까 권위 있다!

넌 누가 저들(꽃/잎)의 일생을 두고서 / 꽃과 잎 / 그 어느 쪽이 / 더 아름답다, 함부로 말할 수 있으랴


- 차후 89년도 일기까지 완독한 후에 더 추가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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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14

일상과의 화해 2015. 2. 14. 00:20

1. 책모임 중에 제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과연 공자가 죽은 이를 위한 예도를 그렇게 강조한 까닭이 무엇일까. ㅅㅇ 선생님이 '죽은 자에게 의식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산 사람에 모욕을 가하는 사회'라는 이야기가 많이 와닿았다. 과연 공자는 현실 참여적 성향을 내보인 사상가인데, 제사를 죽은 자에게만 천착하는 의식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생각이 났다. 이 사회는 어린 영혼들의 죽음에 대해 충분한 애도를, 슬픔을 내비칠 수 있었고 공유했었나. 오히려 애도를 능욕하고 조롱하고 그걸 묵인한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2. ㅈㅎ가 초등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건다. 충남 보령시 모 초교에서 근무를 시작한단다. 축하했다. 거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남는 집이 있다며 교장 선생님이 그곳에서 살라고 말했다며 좋아한다. 내 처지를 생각해본다. ㅈㅎ에게 난 그냥 집과 가정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는 모 시인의 결구는 얼마나 헛된 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복잡해진다. 그저 덧없는 욕심일까. 세상은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던 백석의 시구를 떠올려본다. 잠시 후 기분이 좋아진다.

3. 그저 요샌 기타를 연주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인데. 여유있게 하나하나씩 배워나가고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 집에 돌아와 2시간 정도 연습하다 유튜브에서 로벤포드의 영상을 찾아 감상한다. 언젠간 능숙하게 음을 구사하는 능력, 감정을 표현하는 또다른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희망에 설레어본다.

4. 발령 동기 한분이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다. 동기 음악 선생님과 결혼을 해 같은 학교에 머물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인데, 첫 발령지로 함께 발걸음을 향하던 그때 일이 아직 생생하다. 하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일만큼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일도 없다. 그저 앞으로 이들이 삶이 평온하길 바라며, 건강하길 바랄 뿐이다.

5. 러셀말론의 기타 연주를 듣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어딘가엔 분명 다른 세상이 있다고. 이곳과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날 뜨겁게 위로해준다. '지금, 여기'는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6. 서준식의 옥중서한이 다음 읽을 책이다. 설명절까지 이용해서 읽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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